라오스 비엔티안에 도착한 이튿날.
루앙 프라방에 가는 슬리핑 버스를 예약하기 위해 데스크로 갔다.
전날 아침 8시에 오라고 했지만 일찍 눈이 떠져서 7시 40분까지 갔더니 직원이 조금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
시스템 때문인가?
그리고 2층에서 조식을 제공 중이니 식사를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식당은 부페로 제공됐는데, 고기류와 채소류, 음료까지 꽤 괜찮았다. 오믈렛을 해주는 직원도 있었다.
음식에 파리가 날아다니긴 했는데 크게 신경은 안썼다.
아침을 먹고 다시 내려갔더니 한 여직원이 출근을 했다.
알고보니 호텔에 여행사 직원을 두어 여행 업무만 따로 보게 하는 방식이었다.
직원이 슬리핑 버스 안내를 해주었다. 시간은 8시와 8시 30분. 가격은 22만낍이었다.
심야에 호텔에 도착한 관계로 환전을 안해서 달러로 계산했다. 나와 지인까지 52달러.
저녁에 6시까지 여기로 오면 된다는 안내와 계산서를 받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길거리에 있는 여행사에 가면 18만~19만낍이면 동일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뭐 짐도 맡기고, 위치도 편해서 큰 불만은 없었다.
체크아웃을 하며 캐리어를 맡기도 그 날은 비엔티안 시내를 둘러보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6시가 조금 지나 다인승 골프 카트 같은 차가 호텔 앞으로 왔다.
버스는 호텔에서 출발하지 않고 북부터미널에서 출발한다.
호텔은 터미널까지의 이동과 버스 예약을 대행해주는 것이었다.
한 자리에 6명 정도 탈 수 있는데, 먼저 탄 사람이 맨 뒤에 앉고 나와 일행은 앞뒤로 나누어 앉았다.
가까운 줄 알았던 북부터미널은 대략 15분 이상 시내를 벗어나 시외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도착한 북부터미널...
주변에 뭐라도 있을거라고 생각했던게 착오였다. 아무 것도 없다니...
10시간 이상을 버스를 타고 가야하니 뭐라도 먹을 것을 사서 타야 하는데, 터미널 내 허접한 가게 하나만 떵그러니 있었다.
버스를 타면 먹을 것을 준다고 들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무 것도 안 산건 2차 실수.
버스에선 조그만 물 하나 준게 전부였다.
터미널까지 안내해 준 운전수는 우리가 탈 버스가 이 버스라고 알려줬다.
응? 진짜?
여행을 가기 전 3석 고급버스와 4석 버스가 랜덤으로 배치된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아서 당연히 고급버스가 올 줄 알았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었던 버스는 매트 하나에 2명이 눕는 최악의 4석 버스.
버스에 우리를 제외하면 흑인 1, 한국인 1이었고 전부 현지인이었다.
아무래도 현지인이 많이 타는 버스인가본데 내 자리에 가서 딱 누워보니 딱 불편한거였다.
도저히 발을 필 수가 없는 구조..
자리엔 큰 베개 하나, 담요 하나가 있었는데, 담요는 좀 냄새가 났다.
담요 나는 못 덮겠다 했는데 얼마 가다보니 에어컨 때문에 추워서 어유 좋아 하면서 계속 덮었던건 안비밀.
신발을 가지고 봉지에 담아 탔는데, 나중에 보니 신발 신고 다니는 비매너 사람들이 꽤 보였다.
비엔티안에서 루앙 프라방까지 가는 길은 아주 험난했다.
고속도로가 없어서 산길을 달려야 하는데 세상에...
내가 탄 슬리핑버스는 안전장치가 없었다. 2층에 누웠는데 안전장치가 없다니.
자다가 여차하면 황천길이다! 생각했지만 의외로 떨어진 사람은 1명도 없었다.
다들 긴장해서 탄 덕분일까.
저녁 8시 30분쯤 출발한 버스는 방비엥을 지나 새벽 5시반 정도에 정차를 했다.
다 왔나 싶어서 구글 지도를 켜보니 Phou Khoun도 못 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밖을 봤더니 앞에 산사태가 났다고 한다.
우리 버스 앞으로 끊임 없이 대기한 차들이 보였다. 오마이갓..
에라 모르겠다 자면 되겠지 하고 3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더니 모든게 그대로였다.
정차해서 에어컨은 꺼졌고 차 안에 공기는 썩어갔다.
몇몇 사람은 그 공기를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고, 나도 밖으로 따라 나갔다.
우기에는 슬리핑 버스가 위험하다더니 내가 여기서 죽나 싶기도 했는데
도로로 나온 라오스인들 표정을 보면 한두번 겪어본 사람들의 표정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능숙하게 상황을 대처한건 아니었는데, 그대로 밖에서 또 2시간이 흘렀다.
10시 반쯤 뒤에서 포크레인이 올라왔고 정차해놓은 차가 지나갈 길을 터주며 사태를 해결하러 갔다.
라오스 사람들은 참 태평하구나..
버스는 6시간 정도의 정차 후 오전 11시쯤 다시 출발을 했다.
그리고 가는 동안 5번 정도의 산사태를 더 겪었고 오후 5시가 되어서야 겨우 내렸다.
가는 길에 휴게소도 없고 21시간 정도를 생으로 버스에서 버텼다.
오후부터는 애들이 막 뛰어다니고, 어떤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지옥이 따로 없었다.
10~11시간이면 올 거리를 21시간이나 걸리다니...
그나마 탑승 전 가방에 바나나빵 3개 챙겼는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죽을 뻔 했다.
나는 복도쪽이라 떨어질 까봐 거의 잠을 못 잤는데 창가쪽 사람들은 정말 잘 잤다.
배고프고 두렵고, 지루하고 잠도 안오고.
1번은 타겠지만 2번은 못 탈 것 같은 슬리핑 버스...
비행기를 타면 40분이면 오는 길을 꼬빡 하루를 걸렸다.
만약 내가 시간을 되돌릴 기회가 있으면
슬리핑 버스를 예약하기 전으로 돌아가 버스 말고 비행기를 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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